• 사방이 온통 어둠뿐일 때

시편 88 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 (18절 인용)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기독교 도서들은 때로 "현세에서 최상의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기 높은 기독교 음악은 슬픔을 주제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두 다 타락한 세상에서의 삶의 현실과는 무관한 기독교 신앙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 것만 영혼의 양식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을 현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잠재력을 한껏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믿음을 오로지 그런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고난에 대비할 준비를 갖추기가 어렵다. 성경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에게 고난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가르친다(1:29).


물론 성경은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세상에서 종종 많은 축복을 누린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편안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성경에는 큰 시련을 겪는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기도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시편과 예레미야애가에서 발견되는 많은 시와 탄식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탄식의 시편은 대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에서 시작해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22편 참조). 그러나 탄식의 시편 가운데 하나인 88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 시편은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전형적인 시편이지만,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라는 말씀으로 끝난다(다른 번역 성경들은 이 말씀을 "어둠이 나의 가장 친한 벗입니다"라고 번역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시편은 하나님이 시편 저자를 완전히 버리셨다는 고백일까? 시편 88편을 시편 전체에 비춰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시편 88편을 시편에 포함시킨 것은 이 시편을 따로 구분해 읽지 말고, 하나님께 드려진 많은 찬송과 기도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시편을 굳센 믿음의 확신으로 끝을 맺는 다른 시편들과 함께 기도로 활용해야 한다.


존 칼빈은 오늘의 본문인 이 시편을 이렇게 주석했다. "이런 식의 불평은 바울이 로마서 826절에 언급한 말할 수 없는 탄식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옳다. 만일 시편 저자가 하나님이 자기를 미워해 버리셨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기도조차 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시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성경이 암울한 시련이 우리의 삶에 몰아닥친 상황, 곧 사방이 온통 어둠뿐이라서 빛이 뚫고 들어오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지 슬픔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끝까지 인내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여전히 역사하고 계신다는 증거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기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람 데오


많은 기독교 저술가들이 "영혼의 어두운 밤," 또는 "영적 침체"와 같은 주제를 통해 하나님이 멀리 계신 듯 답답하고, 영적으로 황폐해진 느낌이 드는 상황을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하나님이 실제로 우리를 버리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시며 자기 이름을 위해 어둠의 골짜기를 잘 지나도록 인도해 주신다. 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지 영적 슬픔을 토로하는 것뿐이라고 해도 하나님께 기도로 고해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제작: 매일배움, 번역: 조계광

이 글의 원문은 리고니어 선교회의 웹사이트 www.ligonier.org에 게시되어 있으며 이 글은 리고니어 선교회의 허락 하에 번역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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